2월 26일자로 발표된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2026-2030)을 처음 읽으며 남긴 메모를 정리해보았다. 3차 종합기본계획에서 비전에 처음 등장한 “국익”이라는 단어가 비전에서 빠졌지만, 오히려 그 자리를 K-ODA가 대체하며 국익과 한국 내세우기가 더 강해졌고, 모든 프로젝트를 상위 정책에 연계한다는 하향식 접근은 협력국의 요구를 배제하고 국제개발협력의 민주성과 다양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 다운로드: https://www.odakorea.go.kr/kor/bbs/PlanAndResulList?bbs_id=kor_001

1. 한국의 상업/외교적 국익과 ODA 연계 기조 심화
2쪽. “미·영·일 등은 국익을 위한 대외원조 정책을 강화하고 자국 대외경제 미 외교·안보적 이익과의 전략적 연계 추진
3쪽. “세계적인 국익 중시 경향이 심화되면서, 우리 ODA도 외교·안보·경제 등 대외정책과의 연계 강화 요구 증대
30쪽. “△지리적 인접성 △경제 연결성이 높은 ‘아시아 중심’ 기조 강화”
- 비전에 국익이라는 단어는 빠졌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의 상업·외교적 국익과 ODA를 연계시키려는 경향이 3차에 비해 강해짐
- 소위 말하는 강대국과 ODA 규모도 협력국에서의 영향력도 상이한 한국이 ODA를 도구삼아 얻을 수 있는 국익은 제한적임에도 정책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일종의 구호처럼 국익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함. 나아가 ODA 자원을 배분함에 있어 인도주의나 빈곤감소와 같은 가치가 우선되기보다는 경제적, 지정학적 가치가 우선하게 될 가능성이 높음.
2. 1번을 달성하기 위해 하향적 구조와 통합적 체제가 강조됨
3쪽. “상위전략과 계획이 모든 시행기관과 개별사업에 일관되게 적용되는 통합적 추진체계 구축 필요”
15쪽. “대외전략 및 기본계획 – 분야별 전략 – 개별 사업으로 일관되게 이어지는 ‘기획형’ 체계를 통해 통합적 추진 강화
25쪽. “(무상) 무상사업 발굴지침에 우리 강점 분야, 대형 패키지 프로그램 등 전략형 사업 우대 명시”
-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결정한 정책을 기준으로 모든 유·무상 프로젝트를 줄 세우고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프로젝트는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들림. 이렇게 경직된 하향식 구조는 역동적인 글로벌 위기에 대응하기 적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가 주도하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 ‘초대’되지 않으면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점에서 비민주적이라고도 할 수 있음.
- 전략 문서 내에 현지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거나 협력국에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도 있는데, 이미 최상위 전략문서에서 협력의 공간을 규정한 채 이뤄지는 현지 협력은 현지의 맥락과 요구를 받아들이기보다는 형식적으로 혹은 짜맞추기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음.
3. 요청주의의 약화와 ODA의 도구화 심화
16쪽. “대통령·총리의 정상급 외교 시 글로벌 이슈 선도 및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있는 기여수단으로서 ODA 적극 활용”, “프로그램 사업 및 전략사업비 활용을 강화하여 대통령·국무총리의 정상급 외교 성과의 즉시 이행 지원”
19쪽. “‘제안형 ODA(수요기반 공동기획형)’도입”, “우리의 대외전략 및 중점 분야, 강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획형 방식으로 협력 사업을 발굴하여 협력국에 先 제시”, “협력국 수요 및 여건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수요조사를 통해 사업을 선제적 발굴”
- 그동안 한국 ODA는 협력국 정부에서 사업을 제안하는 요청주의 원칙이 형식적으로나마 지켜져왔으나, 4차 기본계획에서는 본격적으로 한국이 하고 싶은 ODA를 제안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됨. 특히 이러한 제안형ODA를 민간의 협력국 시장 진출 수요에 기반하여 추진하겠다는 기조는 정경유착 비리 혹은 협력국에는 필요 없는 사업 양산의 가능성이 높음.
- 정상외교에서 ODA를 일종의 ‘선물’로 활용하는 관행은 오래되었고, 유사한 내용은 3차 기본계획에서도 찾을 수 있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코리아에이드,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날리면의 글로벌펀드 기여금 확대 문제가 있었음에도 이를 견제할 수단 없이 기조를 유지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함.
4. 봉사단이나 인턴 프로그램을 단순 일자리 정책으로 보는 태도의 지속
20쪽. “인턴 등의 정규직 고용 연계, 다자협력 전문가(KMCO) 국제기구 파견 등 양질의 청년 일자리와 해외진출 기회를 지속 발굴”, “청년일자리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단선적 경력 사다리 제도를 보완하는 다차원적 그물망 구조 활성화”
- 봉사단이나 인턴 프로그램을 일자리 정책으로 해석하며 입문 단계의 일자리가 과잉된 현 상황을 그 윗 단계를 확장하여 해결하려고 함. 하지만, 국제개발협력 일자리는 무한정 생겨날 수 없고, “현지인력 활용 확대”(24쪽) 등 현지화 정책 기조와 충돌할 수 있음.
- 봉사단이나 인턴 프로그램을 청년 일자리 정책이나 ‘전문가’ 양성 정책으로 보는 대신 국제 교류와 세계시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고 프로그램의 내용을 경험과 교류, 배움으로 전환한다면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시민 지지도 높이고 한국 사회의 포용성과 다양성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음.
5. 과도한 K- 홍보 욕심
22쪽. “태극기 및 국가명(ROK) 동시 표기로 K-ODA 홍보효과 확대”
27쪽. “다자협력 사업 구조를 다수 소규모 지원 방식에서 주제별로 통합, 하나의 사업으로 브랜드화하여 다자사업의 가시성 제고”
- ODA에서까지도 한국의 우수성, 특수성을 강조하려고 하는데, 이는 한국의 일부 정책결정자와 시민에게 효용이 있을지 몰라도 대외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 수 있을지는 의문임. 심지어 브랜딩 효과성을 위해 기존의 사업을 통합하자는 것은 주객전도임.
- 브랜드 과잉은 협력국 파트너를 K- 내세우기의 병풍으로 만들거나 혹은 내실은 무관하게 그럴싸하게만 보이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음.
6. 국제개발협력 사업 정보 공개 강화
23쪽. “사업 全 과정(기획 -집행 -평가 -사후관리 ) 정보를 ODA 통합정보포털에 집약, 사업 이력 및 성과관리에 활용”, “ODA 통합정보 포털 을 활용해 사업정보 를 국내외 실시간 공유하고 민관 합동 현장 이행점검을 강화하여 현장문제에 대한 조기 포착‧대응”
- 아직도 그 실체가 다 밝혀지지 않은 윤석열 정권의 ODA 비리 의혹 등에 비추어 볼 때, ODA 사업의 정보 공개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함.
- 공개된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면서 적시에 비판하고 견제할 시민사회 그룹이 생겨나면 좋겠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