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개발국의 정치 지도자는 앞으로 이 나라가 따라잡아야 할 거리를 크게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민족에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하자”고 요구한다. 그러면 신생 독립국은 일종의 창조적인 광기에 사로잡혀 거창하기는 하지만 균형이 잡히지 못한 노력에 매진한다. 이런 계획은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당장 손에 쥔 수단만 가지고 다른 나라들을 따라잡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유럽 나라들이 지급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만큼 노력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우리도 그와 똑같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세계 만방에 보여주자”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저개발국이 이런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우리가 보기에 옳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90-91쪽)
(…) 저개발 세계는 비인간적인 빈곤을 겪고 있지만 의사도, 기술자도, 행정관도 없는 세계다. 이런 세계를 상대로 하여 유럽 국가들이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유럽의 풍요는 노예들의 피로 자라났고, 저개발 세계의 흙과 땅에서 직접적으로 나왔다. 유럽의 복지와 진보는 흑인, 아랍인, 인도인, 황인종의 땀과 죽음을 토대로 건설된 것이다. 우리는 이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식민지 모국이 식민지의 독립 요구에 당혹해하면서도 식민지의 민족 지도자에게 “원한다면 독립해도 좋지만 중세로 돌아가는 건 감수하라”고 말할 때, 신생 독립국의 민중은 그 상화을 받아들이고 타개해야 한다. 실제로 그들은 독립을 이룬 직후 식민주의가 자본과 기술자들을 회수하고 신생국들에게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91쪽)
(…) 우리는 민족 독립의 도덕적 배상에만 목을 매달지 않는다. 제국주의 나라의 재산은 우리의 재산이기도 하다. 또한 보편적인 차원에서도 그런 주장을, 우리가 서구의 예술과 기술이 만들어 낸 산물에 탄복한다는 뜻으로 여겨서는 결코 안 된다. 왜냐하면 구체적으로 볼 때, 유럽은 라틴아메리카, 중국, 아프리카 등 식민지 나라들의 금과 원료로 잔뜩 배를 불렸기 때문이다. 이 모든 대륙의 나라들을 통해 유럽은 현재 부의 탑을 쌓아올리고 있으며, 수백 년 동안 그 나라들의 다이아몬드와 석유, 비단과 면화, 목재와 이국적인 산물들이 유럽으로 흘러들어갔다. 유럽은 말 그대로 제3세계의 창조물이다. 유럽에 가득 쌓인 부는 저개발 민족들에게서 강탈한 재산이다. (96쪽)
프란츠 파농. 1961/2010.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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