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정부 조사위원회, 2025년 선거 사망자 수 발표

작년 10월, 사미아 술루후 대통령이 87% 투표율에 98% 득표라는 믿을 수 없는 결과로 재선에 성공했다. 주요 야당 후보가 수감되거나 후보 등록이 거부된 상황에서 독주하듯 치러진 선거라 그의 당선은 정해진 결과였음에도 그는 더 확실한 결과를 원했던 것 같다. 아프리카연합 등 주요 외부 선거감시단이 지적하듯 투표와 개표 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은 부족했고, 군경은 선거와 정권에 저항하며 거리에 나선 시민에게 실탄을 발포했다.

시위가 시작된 선거 당일부터 탄자니아 전국의 인터넷이 차단되는 바람에 5일이 지나서야 세상에 전해진 탄자니아의 소식은 끔찍했다. 허위 정보도 적지 않았지만, 국가 폭력의 규모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전하기엔 충분한 사진과 이야기, 보도가 이어졌고, UN의 인권전문가는 사망자가 최소 7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군인과 경찰이 시위에 나선 사람들을 조준해 총을 쐈고, 심지어는 시위와 관련 없는 사람에게도 폭력을 휘둘렀다. 시신을 몰래 집단 매장했다는 주장도 전해졌다.

아직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나 책임있는 대응이 없는 가운데, 얼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회에서 이 일을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대법원장을 지낸 모하메드 찬데 오스만(Mohamed Chande Othman)을 위원장으로하는 위원회는 2025년 10월 선거와 관련된 사망자는 최소 518명이고, 시위가 일부 정치인과 활동가의 조직적 선동에 의해 일어난 불법적 시위라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총상으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았지만, 정작 군경의 실탄 발포에 대해선 일부 알려진 사례에 대해서만 추가 조사를 요구하는 식으로 국가 폭력에 관해선 매우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오스만 위원장과 이를 옆에서 듣는 술루후 대통령. 출처: Ikulu

보고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우선 사망자 수에 관해 위원회는 총 사망자 수를 518명으로 발표했다. 이 중 남성은 490명이고 여성은 28명이며, 지역별로는 다레살람 – 므완자 – 음베야 – 아루샤 순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 순서와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전체 사망자 중 219명에 대해 부검이 진행되었고, 90%가 총상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위원회는 공식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사망자, 부상자가 더 있을 수 있고, 추가 조사가 필요한 실종 사례도 많이 있기 때문에 이 숫자를 최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일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위원회는 근원적 문제와 이 근원적 문제를 시위로 동원한 요인으로 나눠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근원적 문제로는 1) 개헌, 민주주의, 선관위 독립성에 대한 요구, 2) 생활비, 실업, 과도한 세금과 같은 경제 문제, 3) 애국심의 감소와 사회적 불만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 부재, 4) 공무원의 불만족스러운 성과와 시민 불만 해결 실패, 5) 국제 관계에서 자국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의 강화가 언급되었다. 이어 위원회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인물들과 정치인, 그리고 “훈련받은 이들”이 근원적 문제를 조직적으로 동원해 청년들을 시위에 가담하도록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들의 시위는 타인의 참정권을 방해하고 무기를 소지했으며 재산을 파괴했기 때문에 법적 보호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았다.

이처럼 10.29 사건을 마치 외부인 혹은 일부 정치인의 선동에 동원된 무지한 청년들의 폭동으로 묘사하고, 군경의 실탄 발포에는 침묵하는 위원회의 결론은 10.29 사건 직후부터 이어진 술루후 정권의 태도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10.29 사건을 외부 선동에 의한 폭동으로 규정하는 정권의 내러티브에 진술 등의 근거를 더하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난다고 믿지만, 그 시기가 너무 늦지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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